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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받지 못한 주점을 한다는 것에 대하여

2017/09/13
2달 동안 돌곶이포럼 동료들과 열심히 준비하던 기획이 있었다. 노점상 강제철거 문제를 알리는 연대 주점에서 음식을 팔며 동시에 영상설치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7월 중순부터 8번의 회의를 거쳐 상세한 계획을 세웠고, 새벽에 아현동에 가서 밤새워 현장의 공기를 느끼고 인터뷰 영상도 따왔다. 이번주에는 본격적으로 물품들을 조달하게 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일주일을 앞둔 지금, 우리의 기획은 완전히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주말, 학생회 측에서 부스신청 탈락통보를 해왔기 때문이다. 기획의 완성도와 짜임새에 있어서 자신감이 있었던 우리로서는 이러한 통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어떤 기준으로? 문의결과 학생회 측에서 기획한 '예종랜드'라는 컨셉에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가장 높은 배점을 주어 학생회 임원들끼리 투표를 진행하였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적합성' 평가에서 우리는 '60점 만점에 5점'을 받았다. 그래서 총 90점 만점에 31.5점.
 
축제는 한예종 학생사회의 자치역량을 보여주는 년중 가장 큰 행사다. 학생회는 집행부 역할을 맡되, 학생사회의 다양한 요구와 방향성을 수렴하여 자치역량을 극대화시켜야 맞다. 축제, OT를 비롯한 각종 행사들을 학교 행정직원이 담당하지 않고 학생 자치기구가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공무원처럼 학생들로부터 분리되어 행정적 편의를 추구하는 학생회는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올해 예감 학생회가 그렇다고 단정지어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당연하게도 나 역시 괜한 싸움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런 비난은 감정적인 소모로 귀결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자의적으로 만들어진 기준에 따라 일주일을 앞두고 일방적 지원불가를 통보하는 모습을 보며, 학생회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며, 여기에 대해 할 말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우리 학생회는 공무원 같은 학생회, 자치조직이 아닌 행정조직으로서 학생회의 모습으로부터 어느정도의 거리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산학협력 사업 참여, 캠퍼스 이전, 국세청 주류단속 등의 사안에 있어 학교에 협조적인 모습만을 견지하며, 학생사회의 의견수렴에 나서지 않은 점도 지적하고 싶다)
 
놀이공원 컨셉을 선정하는 것은 학생회의 자율적 권한으로 존중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회가 학생사회의 의견 수렴의 창구로서 기능하고, 축제를 통해 자치역량이 극대화되도록 하려면 기본적으로 일방적 '선정'과 '탈락' 통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신청을 받은 뒤에 민주적 합의 절차를 거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추가적인 예산이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던지,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학생자치의 의미를 가장 잘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학생사회 내부의 토론을 주도하여 최적의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이 완벽하게 해내기는 쉽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부득이하게 선정 절차를 거친다하여도 일방적 통보가 아닌 지속적 조정의 과정이 동반되어야 하고, 학생자치의 의미를 가장 잘 살리기 위한 기준을 도입하는 것이 옳다. 우리 학생회가 가장 높은 배점을 부여한 것은 '예종랜드에 얼마나 어울리는가'라는 기준이었고, 물론 나머지 기준들도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으며, 어떤 식으로 평가되었는지 알기 어려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그 선정과정에 당사자를 비롯한 다수 학생들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다.
 
일정과 기준에 대한 부분도 사전 공지가 없었다. 학생회가 정한 컨셉에 꼭 부합하지 않는 경우도 포용할 수 있는 기준을 세워야 우리 같은 경우가 생겼을 때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우리는 기획 단계에서 "그저 소비하고 노는 분위기의 축제-나쁘다는 것은 아니다-와는 조금 다른, 이질적인 분위기를 구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고, 가능한 선에서 실현하려고 했다. 그 의도가 이런 형태로 귀결되리라는 것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또한 이런 경우에 무기명 투표는 민주(民-主)적 합의를 의미하지도, 대신하지도 못한다. 그보다는 책임의 회피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모든 측면에서 학생회의 의견을 따른다 하여도, 지원불가를 통보한 시점의 문제가 있다. 올해 학생회의 축제부스 운영정책은 컨셉의 당위성, 학생자치 의미에 부합하는 정도, 민주적 합의의 정도, 조정의 노력, 일정에 대한 고려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 나의 주관적 적합성 기준에 따르면 '60점 만점에 5점'이다.
 
내일, 그리고 모레 돌포 회의에서 자세히 논의해봐야겠지만, 아무튼 2달 동안 노력을 없던 것으로 하거나, 사정하여 남은 부스 한 칸을 얻어내고 싶지는 않다. 임박한 시점에서 학생회와 굳이 각을 세워 소모적 논쟁을 하고 싶지도 않다. 노점상 연대 주점이라는 원래의 기획을 가져가기에도 어려워진 느낌이 있다. 그 대신 우리가 정말 무허가 노점상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된 이상 소모적 논쟁 대신, 독립적인 형태로 즐겁게 즐길 수 있는 행사를 하루 정도 만들어보려 한다. 공연, 바베큐, 술, 낭독회, 플리마켓 등... 준비했던 영상도 다른 형태로라도 보여주고 싶다. 여러가지로 같이 놀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의 연락을 기다린다.
 
 
 
<부스모집 공고>
 
 
 
<'예감' 학생회의 답변>
 






 
 
<지난 2달 간의 준비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