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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집 공익제보자 - 이우경님 이야기

2022/04/04

저는 2019년에 나눔의집 역사관 학예사로 입사했습니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고, 입사하기 전부터 나눔의집에 관심이 많았어요. 출근 첫날이 기억나요. 아침 회의시간이었는데 전 소장과 조리사가 싸웠거든요. 나눔의집에 문제가 많이 있구나를 첫 출근 날부터 느꼈죠. 이후에 지켜보니 불합리한 일들이 그동안 많았더라고요. 그래서 직원들이 공익제보하기로 할 때 저도 함께 하게 됐어요.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해야 하니까요. 

역사관은 김대월 선생님, 야지마 츠카사 선생님, 저 이렇게 세 명이 일하고 있어요. 역사관에서 진행되는 전시, 심포지엄,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인력이었어요. 재작년에는 저희 이외에도 학예사 두 분이 더 계셨어요. 박물관협회에서 인건비를 지원받아 학예사 두 분을 더 모시고 일할 수 있었거든요. 두 분과의 계약기간이 다 되어서 재계약을 하려고 했는데 하지 못했어요. 박물관협회에 인건비 지원 사업을 신청하려고 하는데 운영진들이 직인을 내주지 않았거든요. 이전에 나눔의집에 있었던 스님도 똑같이 박물관협회에서 인건비를 지원받았었는데 상근도 하지 않은 채 그 돈을 횡령하고 서류 조작한 일을 저희가 제보했었거든요. 결국 여러 문제들로 인해 인건비를 지원받지 못했고, 이후에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어요. 

저는 입사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갈등 안에서 일하고 있어요. 초기에는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빨리 이직해서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저 뿐만이 아니라 다들 너무 힘들지만 위태롭게 버티고 있거든요, 공익제보를 하고도 아무것도 바뀌거나 변하지 않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포기하고 나가면 다른 선생님들도 얼마나 힘이 빠지시겠어요. 다 힘들지만 그래도 서로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어요. 다들 좋은 자리가 있어도 포기하고 나눔의집에 남아 있는 건, 저희가 짊어지고 있는 책임감과 잘못된 건 바로 잡아야 한다는 그 마음 때문이에요. 그러니 제가 빠지면 안 돼요. 다만 힘든 상황 속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어요. 더 이상 할 게 없어요. 그래서 너무 답답해요. 

저는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운영진들에게 공격을 덜 받는 편이에요. 다른 선생님들은 수십 건의 고소고발을 당하시는 데다 업무 배제도 당하셔서 정말 힘드시거든요. 그 곁에서 힘들어하는 직원들을 보고 있으면 제가 아무런 도움을 줄 수가 없다는 게 스스로 가장 힘들고 괴로워요. 그래도 저희 곁에서 단체 활동가님들과 변호사님이 많이 도와주고 계세요. 직원들이 고소고발을 많이 당하니까 변호사님은 그때마다 자료도 꼼꼼하게 준비해주시고 애써주세요. 아무런 대가 없이 도와주시니까 저희는 고맙고 죄송하잖아요. 저희도 더 이상 고소고발 당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운영진이든 언론에든 나눔의집의 문제를 이야기하기만 하면 고소고발을 당하니까 어느 순간 위축되고 더 이상 어떤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요.

공익제보 이후에 나눔의집의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악화되고 있거든요. 지금도요……. 할머니들은 할머니들대로 고립되시고, 공익제보 한 직원들은 운영진들의 고소고발과 업무배제로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어요. 제가 바라는 건 한 가지예요. 나눔의집에서 벌어지는 일이 더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려져서 이 문제를 시민들도 많이 알고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시는 할머니들을 앞세워 이용하는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고, 나눔의집이 오로지 할머니들을 위해 운영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이 문제가 절대로 잊혀 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