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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집 공익제보자 - 허정아님 이야기

2022/03/23

2019년은 몸은 많이 힘들었지만 직원들이 모두 즐거워했어요. 왜냐면 그때는 우리가 뭔가를 하면 할머니들이 즐거워하셨고, 뭔가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거든요. 그 때는 나눔의집이 이 정도까지 엉망인지도 몰랐어요. 그냥 운영방식만 민주적으로 바꾸고 할머니들한테 잘하고 그러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당시에 일은 정말로 많았거든요. 그래도 행복했어요. 

2020년에는 이 일이 본격적으로 외부에 알려지게 되었죠. 그때도 몸은 힘들었지만 희망은 있었어요. 도와주시려는 분들도 많았고. 우리가 열심히 하면, 조금만 더 노력하면 나눔의집이 바뀔 수 있다고 믿었어요. 나눔의집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문제를 밖으로 드러냈음에도 관리·감독의 의무가 있는 지자체나 스님들이 들은 척도 안 하는 게 화가 났지만, 이제 이 문제를 알게 된 시민들이나 단체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니까 상황을 빨리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 와중에 운영진이 바뀌었는데, 바뀐 운영진도 할머님들한테 잘못하는 걸 보면서 상황을 빨리 바꿔야 된다라는 촉박함이 있었어요.  

생각해보면 2021년은 아주 끝내주는 해였던 것 같아요. 나눔의집 상황에 아무 진전도 없고, 희망도 없고. 제가 했던 일을 돌아보면, 2020년까지는 나눔의집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여러 가지 일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2021년에 제가 한 일의 대부분은 ‘나 죄 안 졌어요, 이거 내 잘못 아니에요, 내가 한 거 아니에요. 이거는 내가 한 일이 맞아요. 저들이 안 했다고 하는데 이거 내가 한 일이에요.’ 이런 말을 되풀이하는 거였어요. 어느 순간 제 일이 바뀌어버린 거죠. 내가 잘못한 일도 아닌데 진짜 죄지은 사람처럼 어디 가서 청문회 받고 경찰 조사 받고 이런 일만 한 거예요. 처음에는 잠시 지나가는 통과의례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게 너무 길어지고 계속 되니까 이제는 내가 공익제보를 한 게 맞는지, 내가 지금 왜 여기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니까 밖에다가는 공익제보자라고 얘기를 하는데 실제로 내가 하는 일은 ‘난 이런 일 안 했어요.’라는 소리만 반복하고 있으니 그게 제일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2021년도가 너무너무 지겨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