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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서]'불온'한 게시물의 대가, 공익소송비용 7,821,580원 청구는 부당하다

2018/11/26

국가보안법에 맞서 싸운 인권운동사랑방과 노동전선에 청구된 7,821,580원, 행정소송 패소비용을 대법원은 이대로 확정해선 안됩니다.

의견서

재판부에 드립니다.

북한과 관련한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7,821,580원을 내야 한다면,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인 2018년 지금, 우리 사회에 기본적 인권인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가 과연 보장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인권운동사랑방과 현장실천사회변혁 노동자전선(이하 두 단체)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지급해야 할 패소비용이 과중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의견을 참작하여 재판부가 정의롭게 판단하길 바랍니다.

“김정은 청년대장의 모습을 보며 우리 민족의 창창한 미래를 확신하였다” 이 말에서 어떤 위험을 느끼십니까? 두 단체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는 외부에서 누구든 자신의 주장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익명게시판이 있었습니다. 2011년 봄 어느 날 갑자기 경찰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게시판에 올라온 북한 관련 게시물들을 ‘불온문건’이라 칭하면서 불법게시물이니 삭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해당 게시물들은 북한의 정치 지도자나 정책에 대해 소개하거나 평가하는 내용에 불과했습니다. 이미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는 북한의 신년 사설을 그대로 옮겨온 글도 있었습니다.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가 문제였습니다.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없는 경우에도 자의적 해석으로 인권침해의 수단이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인권 옹호와 증진을 목표로 활동하는 두 단체는 경찰의 요구가 인권에 반하는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명백히 폭력적이거나 반인권적인 내용이 아닌 이상 누군가 올린 게시물을 함부로 삭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게시물들을 삭제하라는 행정명령을 받게 되면서 두 단체는 이에 대해 취소 처분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15년 최종 패소했습니다

3년이 지나 2018년 4월, 두 단체가 패소에 따른 소송비용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청구받았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청구했던 23,130,000원을 행정법원은 대법원 규칙에 따라 7,821,580원으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7,821,580원, 액수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그 무게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올 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모든 언론들이 앞다투어 그 일거수일투족을 상세히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남북이 평화적 관계로 전환되고 더 많은, 더 일상적인 교류가 이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옵니다. 조작간첩사건을 만들고, 댓글공작을 하며 기본적 인권인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위축시킨 지난 10년, 이에 앞장섰던 사람들은 구속되었습니다. 정권에 복무하는 데만 충실했던 국가기구들을 적폐라 칭하며 개혁요구가 드높습니다. 거꾸로 갔던 우리 사회 인권의 시계를 다시 돌려야 하는 때입니다.

이미 두 단체는 행정소송 공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고발 당하며 담당활동가와 대표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라는 형사처벌도 받은 상태입니다. 국가기구의 부당한 명령에 따르지 않기도 하며 두 단체가 얼마나 고심했을지를 떠올려봅니다. 부당한 요구에 맞서는 용기가 누구에게나 더 북돋아질 수 있을 때 우리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더 정의롭게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단체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지급해야 할 비용이 7,821,580원이라고 합니다. 두 단체가 제기했던 소송은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상황에 대해 사회적 문제제기를 위해 진행한 공익소송이었습니다. 승소했다고 하더라도 두 단체에 돌아오는 사적 이익이 없는 소송이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구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변호사 비용을 지출하며 했던 소송에 대해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으며 개인들의 자발적 후원금, 회비로 운영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들이 일반 민사소송과 똑같은 방식으로 부담하는 게 과연 합당한가요?

기계적인 판단이 아니라 변화의 필요성이 있다면 의미 있는 선례가 되도록 잘 판결하는 것이 법원이 해야 할 역할일 것입니다. 재판부의 정의로운 판단을 기대합니다.

 

* 12월 17일까지 연명해주신 것을 모아서 대법원에 제출하였습니다. 함께 목소리 내주신 분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