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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누 소개 (미누를 그리워 하며)

2020/08/23

  네팔의 한 청년은 88올림픽의 남산타워의 장면을 보고 한국을 동경하게 되었고, 1992년 한국 땅에 입국을 하게 됩니다. 이후, 그는 식당과 봉제공장 등에서 일을 했고, 노래가 좋아 1999년 KBS '외국인 예능대회'에 출현해서 대상과 문화부장관 감사패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3년 정부의 대대적인 미등록체류자의 단속으로 인해 커다란 충격을 받게 됩니다. 오랫동안 한국사람들이 일하지 않는 소위 3D업종에서 일했는데, 단속 추방이란 것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절망에 빠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들이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이주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과 강제추방 반대,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는 농성투쟁이 시작되자, 미누 역시 자연스럽게 투쟁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성공회대성당의 농성장에서 2003년 11월 15일에 미누와 함께 다국적 밴드 '스탑크랙다운(Stop Crackdown)'이 결성되어 이주노동자들의 노래가 한국사회에 울려 퍼졌습니다. 미누는 목장갑을 끼고 '월급날', '손무덤' 등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주노동자방송국(MWTV)의 대표가 되어서도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미누는 이주노동운동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 우리는 노동자 쓰러지지 않아 / 밟히고 또 밟혀도 다시 일어나 / 누가 뭐래도 우리는 노동자 / 작업복에도 아름다운 일꾼 / 피땀 흘리면서 당당하게 살아간 / 세상을 바꾸는 한국을 만드는 노동자   ('아름다운 세상 만들어 가자!' 노래 중)

  하지만, 한국정부는 그를 반정부불온자로 낙인을 찍어 강산에와 함께 인권 휴먼콘서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에' 공연 준비 중 2009년 10월 23일에 표적단속을 하여 강제 추방시켰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내 나이 21살. 식당부터 봉제공장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습니다. 갑자기 옛이야기가 생각이 나는데요. 93년 여름날 주말에 군포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나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공장 근처에 있는 구멍가게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가게에 앉아 계신 할아버지가 우리를 보고 "아이고 고사리 같은 손 좀 봐. 여기 근처에서 일해?"라고 물어 본 할아버지의 안쓰러운 눈빛이 생각나네요. 정말 엊그제 같은데 말이에요. 지금은 그 고사리 같은 내 손은 기계 속에서, 뜨거운 햇빛 아래서, 매우 차가운 바람 속에서 닳고 닳아 거칠고 굳은 살이 핀 손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말하자면 17년 4개월이란 유통기한(이 있는) 상품으로 진열돼 있습니다. (2009.10.15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미누드 목탄 올림)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난 미누는 네팔에서도 "네팔 스스로 네팔을 돕자"라는 슬러건을 걸고 '수카와티'(축복받은 땅)이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며 네팔 대지진 복구활동(학교재건사업 및 빈민활동 등)과, '나눔의 행복'이라는 한국형 아름다운 가게, '김치사랑' 한식당을 운영하며 한국 여행자 안내, 사회적기업 공정무역 카페 '트립티', 네팔의 전통공예품을 통한 여성들의 자립사업 등의 사업을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2017년 한국 핸드메이드 국제박람회에 초청되어 한국에 올 수 있었지만 어이없게도 인천공항에서 출입국은 입국거부를 하여 그는 다시 네팔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하늘에서만 한국을 바라보고, 끝내 한국 땅을 밟지는 못했습니다. 액자 속에 놓여있는 발깐 목장갑을 쥐고 울음을 삼켜야 했습니다. 그런 미누를 위로하기 위해 2018년에 '스탑크랙다운'의 멘버들(소모뚜, 송명훈, 소띠아)이 네팔 현지에서 공연을 하였고, 이때 미누는 공연의 감동에 "나 이제 죽어도 돼. 이제 한이 없어졌어!"라는 여운을 남깁니다.

  그토록 한국에 대한 애정의 끈을 놓지 못했던 미누가 한국에 온 것은 지난 2018년 9월 13일에 개최된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 '안녕, 미누'가 개막작으로 선정되고 나서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꿈꾸며 그리던 한국을 다녀 간 후 불과 한 달만에 2018년 10월 15일에 미누는 심장마비로 자유로운 하늘로 돌아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