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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구치소에서 송경동시인이 보내온 편지입니다.

2012/02/01

 재능지부 동지들께년말에 보내주신 편지와 책자 고맙게 잘 받았습니다.
유명자동지, 유득규동지, 민희동지, 수영, 창훈, 강경식동지 모두 고맙습니다. 여러 동지들의 마음을 한꺼번에 받으니 그것도 천 몇백일을 싸우고 있는 힘겨운 동지들의 마음을 받으니 무척이나 기쁘면서도 숙연해집니다.

... 재능에서 한진까지 비정규직 문제와 정규직 정리해고 투쟁을 사회적으로 묻고 연대의 전선을 만들고자 출발했던 지난 희망버스, 나름의 성과도 많았겠지만 늘 그 출발지였던 재능에 대한 사회적 연대와 압박을 충분히 못해냈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늘 웃는 모습과 씩씩한 기운 잃지 않는 재능 동지들이었기에 더더욱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벌써 몇해 째 겨울인지요. 기록되지 말아야 할 숫자, 1500일도 다가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둔감한 건지, 이 시대가 둔감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일자리 하나 돌려받는 것에 천일, 천오백일이 걸리는 이 사회가 비정상적이겠지요. 이런 악독한 사회를 무덤덤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체념과 포기가 더 무섭기도 합니다
이런 무기력의 시대에 꿋꿋이 진실의 자리, 생명의 자리, 지켜나가는 재능 동지들의 투혼이 참 아프면서도 아름답습니다.

천막은 제대로 서있는지, 춥지는 않은지, 용역과 경찰들 침탈은 없는지, 생활들은 어렵지 않은지 생각하면 하나하나가 마음에 걸립니다. 하지만 우리 재능동지들의 굳건함을 알기에 걱정이 덜어지기도 합니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마무리가 있기 마련이어서, 언젠간 승리의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결국에 저들도 항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 동지들이 가르쳐주리라 믿습니다. 무엇보다 추운 날 건강 잃지 말기를 기원해 봅니다.

올해는 꼭 승리보고대회를 열 수 있기를 바라며......
파이팅!
희망이 이깁니다. 연대가 이깁니다.

2012.1.7.

부산구치소에서 송경동드림

 

1500일 투쟁 일정입니다.

201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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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선생님께서 경향신문에 쓰신 칼럼입니다.

2012/01/25

 

[하종강 칼럼]‘특수 고용’ 비정규직의 굴레

계약직, 임시직, 일용직, 촉탁직, 파견직, 용역직, 노무도급, 사내하청, 업무위탁, 알선, 외주용역, 파트타이머, 아르바이트…. 얼핏 생각나는 우리 사회 비정규직 고용계약 형태들이다. 실로 다양하다. 중요한 사실은 이토록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예전에는 대부분 정규직 노동자였다는 것이다.

서울 변두리 공단 부근 작은 사무실 귀퉁이에 책상 하나 들여다놓고 노동상담을 하던 20여년 전, 후배 하나가 여자친구를 데리고 찾아왔다. 학습지 교사를 하다가 그만두었는데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몇 가지 간단한 조사만으로도 퇴직금을 받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는 고용계약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 말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회사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고용계약이 존재하고 출퇴근 등 업무에 대해 일일이 회사의 지시·감독을 받았으므로 어느 모로 보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했다.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학습지 교사들이 점차 늘어 나중에는 20여명이나 됐다. 사법기관에 ‘진정’ ‘고소’ 등을 해본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그런 일로 ‘송사’에 휘말려봐야 좋을 것이 없다고 가족들이 모두 말린다”며 행여 나중에 일을 그르쳐 패가망신하는 경우는 없겠냐고 두려워하는, 마음 여린 ‘전직 학습지 교사’들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상담하러 찾아온 사람과 함께 처음 넘어야 하는 난관은 우리보다 훨씬 큰 힘을 가진 상대와 맞설 수 있도록 용기를 갖는 일이다. 그리고 나중에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그 경험이 오로지 상처로만 남지 않도록 대비하는 일이다.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노동지방사무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회사 인사노무 관리자들이 불려와 조사를 받는 절차를 거쳐 모두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다. 나중에 학습지 교사들 중 한 사람이 찾아와 고맙다며 남성용 화장품 하나를 선물하고 갔는데 그때까지 화장품을 거의 사용해본 적이 없어 상담소 동료들과 함께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돌려 보며 웃기도 했다.

아마 그 무렵부터였을 것이다. 학습지 회사가 근로기준법상의 각종 의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골몰하기 시작한 것이…. 명문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이 초대기업으로 성장한 학습지 회사에 취업해 노동비용을 절약하는 각종 방안을 연구해냄으로써 업무능력을 인정받았을 것이다. 그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부끄럽다. 우리가 퇴직금 몇 푼 받아낸 것으로 흐뭇해하고 있을 때, 기업들은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것. 학습지 교사들의 ‘임금’은 ‘수수료’로 바뀌었고, 심지어 사업자등록까지 하게 해 ‘근로소득’이 ‘사업소득’으로 바뀌기도 했지만 실제 학습지 교사들의 업무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러한 경우 법률적 판단을 해야 하는 사법기관의 역할은 실체적 진실을 명확히 밝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다. 형식상 ‘수수료’이지만 내용상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지, 사업자등록만 했을 뿐 실제로는 출퇴근 등 업무에 대해 회사의 지시·감독을 받는 피고용자가 아닌지 명백하게 따져 밝혀야 한다. 그러나 오래전, 사법연수원에서 노동법 세미나를 몇 차례 진행해본 알량한 경험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법기관이 나약한 노동자들과 막강한 초대기업이 맞서는 사건에서 그렇게 판단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거의 ‘원초적 불능’에 가깝다.

학습지 교사들과 비슷한 경로로 ‘특수고용 노동자’, 곧 ‘특수’하게 불리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된 경우가 보험설계사들이다. 오래전, 보험설계사들이 제기한 부당해고 사건에 대해 법률적 판단을 해야 하는 막중한 업무에 참여한 적이 있다. 우선 판단해야 할 일은 보험설계사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가 하는 점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해고’ 자체가 성립되지 않아 아예 판단할 가치조차 없는 사건이 돼 버리고 만다.

보험설계사들이 ‘근로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조목조목 주장하던 내게 노동부 퇴직관료 출신의 한 위원이 말했다. “저도 이 서류들을 밤새 꼼꼼히 읽었습니다. 어느 모로 보나 보험설계사들은 ‘근로자’에 해당하더군요. 그런데 보험설계사를 ‘근로자’로 인정해버리면 보험사들이 수조원이 넘는 퇴직금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 총대를 여기서 우리가 멜 수는 없습니다. 하 위원님, 이제 할 만큼 하셨습니다. 10년 안에는 됩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하시지요.” 아버님뻘 연세의 그 퇴직관료가 수십㎝ 높이로 쌓인 사건 서류들을 두 손으로 감싸며 나를 달래던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뒤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학습지 교사와 보험설계사들은 근로기준법의 ‘근로자’로 인정받게 됐는가? 우리가 서울시청 앞 재능교육 농성장에서 1500일이 가깝도록 길거리 농성을 하고 있는 학습지 교사들과 유명자 지부장을 찾아가 만나봐야 하는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하종강 | 성공회대 노동대학장>



입력 : 2011-12-08 20:58:30수정 : 2011-12-08 20: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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