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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브리엘 활동가가 드리는 감사의 편지 '모금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05/11

안녕하세요.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에서 활동하는 윤 가브리엘입니다.

 

수년 전부터 시각장애와 청각장애가 심해져 활동지원사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혼자 보행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지팡이는 안전을 지켜주고 눈이 되어주는 나에게 꼭 필요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팡이를 갖고 다니면서부터, 비장애인이었을 때는 겪어보지 못한 이상한 일들이 생겼습니다.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식당에서 거부당하고, 헬스장에서 거부당하는 등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겪게 되었습니다. 말로만 들었던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저도 몸으로 겪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혼자 보행하다보면 도와준다는 말도 없이 갑자기 팔을 잡아당기거나, 가방을 잡아당기는 등 무례하고 불친절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건 아니고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을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한국사회가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는지 잘 알게 됩니다.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많이 고민하게 되고 또 분노하게 됩니다. 나는 후천적 장애로 이런 일들을 겪는 게 불과 몇 년 안되었지만,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살아가시는 분들은 얼마나 많은 차별과 편견, 무례한 사람들을 만났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투쟁하며 싸우고 있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 동정, 배제와 같은 것들과도 싸워야 하는 현실인 것 같습니다. 재작년, 전장연의 지하철 투쟁을 보며 나도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혼자 새로운 활동에 참여하기에는 시력과 청력의 한계로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나누리+ 20주년 행사를 마치고 나누리+ 활동가들은 저에게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저는 앞에서 고민했던 문제들을 이야기했고, 장애인권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나누리+ 활동가들은 저의 새로운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나누리+가 할 일이고 HIV/AIDS에 대한 차별에 저항하는 운동과 장애인 차별에 저항하는 운동이 결코 다르지 않기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이에 지난 3월부터 장애인권 활동을 지원해 주는 활동지원사를 만나게 되었고, 3월 초부터 전장연의 일정들을 일부 참관하며 당사자분들의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기자회견, 국가인권위 진정, 결의대회 등을 통해 당사자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내가 장애로 겪고 있는 문제들이 작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차별의 본질은 같은 것 같습니다. 장애 운동 속 여러 영역 안에서 내가 활동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있다가, 전국장애인건강권연대라는 조직이 출범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담당자를 만나 어떤 활동을 할 것이고 계획이 무엇인지를 들었는데, 장애인의 의료접근권과 돌봄 문제에 대한 활동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의료접근권과 돌봄 문제는 저에게는 이미 익숙하고 잘 알고 있는 문제라 나도 참여하고 싶다고 했고, 준비 위원으로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전국장애인건강권연대를 통해 여러분들을 만나고 인사드릴 것 같습니다. 가고 싶었지만 자신이 없어 망설였던 길을 여러분들의 응원으로 새로운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윤가브리엘 활동 지원을 위한 모금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따뜻한 응원에 힘입어 다시 한 번 기운을 내어 나의 싸움을 잘 이어나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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